집요하게 배우를 쫓는 감독, ‘조선변호사’ 김승호PD 인터뷰

카테고리 You Must Know | 뉴스
작성자 hookmeup
작성일 2022-12-14

[1st 인터뷰] <조선변호사> 김승호PD

 

집요하게 배우를 쫓는 감독

 

한창 촬영 중인 MBC 새 드라마 <조선변호사>의 김승호 감독을 만났다. 연출부에서 20년 넘게 단단히 내공을 다져온 김승호 감독은 세심한 관찰력과 배려로 배우 내면의 생생한 연기를 이끌어내는 탁월함을 지닌 감독이다. 김승호 감독의 첫 단독 연출작 <조선변호사>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조선변호사 김승호 감독 4 1

 

안녕하세요? 먼저 <훅미업> 매거진 독자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2023년 방영 예정인 MBC 드라마 <조선 변호사> 연출을 담당하고 있는 김승호PD라고 합니다.

 

감독님은 언제부터 드라마 연출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어떤 작품으로 연출을 시작했는지도 궁금합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드라마 제작에 관심이 많았어요. 드라마 연출부로 일을 시작했는데 그땐 종합편성채널이 지금처럼 많지도 않고, OTT도 활성화되기 전이라 연출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았죠. 그러다가 첫 연출을 중국 드라마로 하게 됐어요. 박해진 배우, 중국의 장량 배우가 출연하는 중국 드라마 <남인방 2>(2014)였는데, 진혁 감독님과 공동 연출을 할 기회를 얻었죠. 한국에서는 신경수 감독님과 공동 연출한 SBS <녹두꽃>(2019)이 첫 연출작이고요.

 

지금 찍고 있는 드라마 <조선 변호사>는 왕실이 아닌 조선시대 변호사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참신한데요. 어떤 드라마인가요?

부모를 죽게 한 원수에게 재판으로 복수하는 ‘외지부’ 강한수(우도환 분)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예요. 외지부는 글과 법을 모르는 백성들을 대신해 소송도 해주고, 재판 과정을 유리하게 이끄는 조선시대의 변호사나 법무사라고 할 수 있어요. 시작은 복수였지만, 점차 백성을 위한 진짜 변호사가 되어가는 주인공의 성장 스토리를 그린 통쾌하면서도 따뜻한 드라마입니다.

 

조선변호사 김승호 감독 1

 

9월 초부터 촬영이 시작됐다고 들었어요. 촬영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요?

촬영을 하러 온 건지, 놀러 온 건지 헷갈릴 정도로 배우와 스태프 모두 즐겁게 촬영하고 있습니다. (웃음) 분위기가 워낙 좋으니까 배우들이 오랫동안 함께 일한 팀인지 궁금해 하더라고요. 사실 그렇지는 않은데 스태프들끼리 사전에 대본이나 촬영에 대한 논의를 굉장히 많이 하다 보니, 그새 많이 친밀해져서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배우들도 더 연기에 몰입할 수 있고, 완성도 높은 작업물이 나오고 있어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촬영 시 배우들에게 특별히 주문하거나 요청하는 부분이 있나요?

배우들과 현장에서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얘기도 많이 나누잖아요. 그럴 때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몸짓이나 행동을 관찰했다가 캐릭터에 반영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김지연(보나) 배우가 맡은 여자 주인공 ‘이연주’는 발랄하면서 중성적인 매력이 있는 캐릭터예요. 그런데 리허설할 때 보니까 김지연 배우가 머리를 긁적인다든지 털털하면서도 귀여운 행동을 무심코 하더라고요. 그런 부분들을 연기와 연결할 수 있도록 배우들에게 그때그때 얘기해요. 배우들의 실제 모습을 캐릭터에 녹여내면 디테일이 훨씬 자연스럽게 살아나거든요.

 

그러면 배우들도 캐릭터와 더욱 쉽게 동화될 수 있겠네요. 원래 촬영 현장에서 배우들을 많이 관찰하는 편인가요?

그런 편이에요. 추운 날씨인데 차가운 커피를 가져오면 “저 배우는 아이스를 좋아하는구나!” 이런 식으로요. 최근에 활동했던 것이라던가, 힘들었던 점들을 직접 물어보기도 하고요. 촬영 현장에서도 그렇지만, 배우들 SNS도 팔로우해서 보고, 콘서트에 가서 팬들과 어떻게 소통하는지를 직접 보기도 해요.

 

조선변호사 김승호 감독 5

 

그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모습이 있다면요?

우도환 배우요. 기존의 이미지가 워낙 멋있고, 피지컬도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해서 멀리서도 아우라가 느껴지는 캐릭터거든요. 그런데 밥 먹는 모습은 그냥 제 동생과 비슷하더라고요. (웃음) 먹으면서 약간 흘리기도 하고… 그런데 그런 모습들이 강한수 캐릭터와 통하는 면이 있어요. 그런 공통점을 배우에게서 끌어내려고 하죠. 배우가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으면, 자연스러운 연기가 안 나오더라고요. 드라마 캐릭터를 어떻게 하면 더 풍성하게 만들고, 배우와 일치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 보니까 자꾸 그런 부분들을 더 보게 된 것 같아요. … 너무 스토커 같나요?

 

(웃음) 그럴 리가요. 오히려 감독님께서 발견한 주요 배우들의 반전 매력이 궁금한데요?

일단 강한수 역을 맡은 우도환 배우는 외모만 보면 성격도 차가워 보이고, 다가가기 좀 어려운 인상인데 겉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굉장히 친근감 있는 배우예요. 엉뚱하기도 하고, 농담도 너무 잘하고 굉장히 순수한 모습을 갖고 있더라고요. 김지연 배우는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때 만났어요. 기존의 배역들을 봤을 때는 약간 도도하고 차가운 이미지가 강한데, 촬영장에서 실제로 겪어보니까 털털한 성격에 스태프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상냥하고, 따뜻한 스타일이더라고요. 무엇보다 웃는 모습이 너무 예쁜데, 기존 드라마에서는 웃는 장면이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조선 변호사>에서는 많이 웃기 때문에 이전 드라마에서 볼 수 없던 김지연 배우의 매력을 시청자분들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조선변호사 김승호 감독 7

 

<조선 변호사> 연출 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뭔가요? 이전의 사극들과는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기존의 사극들은 궁궐 안의 이야기를 다루는 경우가 많은데 <조선 변호사>에서는 서사의 중심이 백성이에요. 외지부 자체도 중인들이 주로 종사하던 직업이고, 천민과 노비들의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고요. 그래서 백성들의 삶의 공간이나 생활 모습도 최대한 실제와 비슷하게 구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의 마포나루터를 재현하는데, 고증을 통해 옛 나루터 모습과 거의 흡사하게 재현했어요. 양반이나 상인들이 잠깐씩 지나가는 곳이 아닌 백성들의 생활 터전으로서의 마포나루터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서요. 옛 모습을 고증해 그대로 구현하는 게 사실 쉽지는 않거든요. 그런 노력 자체가 <조선 변호사>의 특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감독님께서 드라마 연출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제 연출의 기본은 ‘배우들이 연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준다’예요. 항상 촬영 전에 배우들에게 공간의 특색이나 설정을 설명하고, 편하게 연기를 해보라고 해요. 카메라 위치, 동선 등 촬영 프레임을 완전히 짜 놓을 수도 있지만, 그 틀 안에서만 연기를 하라고 하면 미묘하게 연기가 어색해지고, 배우들이 준비해 온 것을 100%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거든요. 그래서 연기가 카메라를 따라오는 게 아니라, 카메라가 연기를 따라가는 스타일로 연출을 하고 있습니다.

 

조선변호사 김승호 감독 6

 

카메라가 연기를 따라간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최대한 배우가 대본을 보며 상상하고, 준비해 온 연기를 펼칠 수 있게 돕는 거예요. 이를 위해 촬영 장비도 배우의 움직임을 카메라가 따라갈 수 있도록 최적화해 운용하고 있어요. 카메라의 흔들림을 잡아주는 스테디캠이나 카메라를 위아래로 움직이는 지미집 등을 많이 활용하죠. 카메라가 배우를 따라가면 배우의 표정을 포착하는 데도 유리해요. 카메라를 고정해 놓으면 종종 카메라에서 벗어난 배우의 좋은 표정을 놓칠 때가 있는데, 그럴 일이 없으니까요.

 

이런 제작 스토리를 알고 <조선 변호사>를 보면 시청자분들도 더 재미있게 시청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앞으로 특별히 도전하고 싶은 장르나 다루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판타지나 장르적인 색채가 강한 작품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어요. 로맨스일 수도 있고, 가족 이야기일 수도 있고, 학창 시절에 관한 내용일 수도 있겠죠. 그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감정이입해 같이 공감한다면, 감독으로서 최고의 기쁨일 것 같습니다. 다만 장르적으로 <베테랑>(2015)이나 <범죄 도시>(2017)와  같은 화려한 액션물을 해보고 싶은 욕심은 있어요. 현재 작품을 구상하고 있긴 한데, 아직 개발 단계입니다.

 

드라마 감독으로서 최종적으로 바라보는 목표는 뭔가요?

장르의 아이콘으로 떠오를만한 드라마를 만드는 거예요. ‘변호사 영화’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영화 <변호인>(2013)이 떠오르는 것처럼요. <조선 변호사>가 그런 드라마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 2022년에는 유독 변호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여러 편이었는데, <조선 변호사>는 조선이라는 시대적 배경이 주는 신선함이 분명히 있다고 봐요. 또 정치나 법과 같은 묵직한 이야기보다 백성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라 더 재미있고 친근한 부분도 있고요. 그런 부분에서 많이 기대해 주셔도 좋습니다.

 

조선변호사 김승호 감독 8

 

 

 

HookMeUp 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