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5일부터 개최된 아시아 최대의 영화 축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4일 열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전반부 화제의 중심이 온 스크린 섹션의 작품들이었다면, 후반부를 빛낸 것은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이끌어갈 기대주와 작품들을 발견해보는 뉴 커런츠와 비전 섹션의 작품들이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시그니쳐 섹션인 ‘뉴 커런츠’상을 비롯해 올해 주요 수상작들을 정리해 봤다.
뉴 커런츠상 수상작_ ‘괴인’, ‘그여자 쉬밤바’
부산국제영화제의 대표 경쟁 부문인 뉴 커런츠상 수상작의 영예는 ‘괴인'(이정홍, 대한민국)과 ‘그 여자 쉬밤마'(자이샨카르 아리아르, 인도)가 안았다. 뉴 커런츠상은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이끌어 갈 신인 감독들의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장편 영화 중에서 선정하며, 아시아의 재능 있는 신예 감독을 발굴하는 ‘신인 감독 등용문’으로 불린다. 수상작에게는 각각 3만 달러(한화 약 4,293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영화 ‘괴인’, 이정홍 감독, youtube.com
‘괴인’은 인테리어 공사를 하며 살아가는 목수 기홍이 세 들어 지내는 집주인 내외와 우연히 만난 한 소녀로 인해 기이하고 괴이한 경험을 하게 되는 영화다. 이정홍 감독은 첫 번째 장편 연출작인 ‘괴인’에 대해 “늘 어렵고 가끔은 무섭기까지 한 인간관계를 솔직하게 그려보고자 이 영화를 연출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단은 ‘괴인’에 대해 “혁신적인 촬영 기법을 통해 한집에 있는 인물들 간의 독특한 순환 고리를 만들어내며 아주 현대적인 세계관을 쌓아 올린 작품”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괴인’은 뉴 커런츠상뿐만 아니라 아시아영화진흥기구(NETPAC)상, KBS독립영화상, 크리틱b상까지 수상해 올해 4관왕을 차지했다.

영화 ‘그여자 쉬밤바’, biff.kr
영화 ‘그 여자 쉬밤마’는 너나 할 것 없이 가난한 교외 마을에서 힘겹게 살고 있는 중년 여성 쉬밤마의 삶을 그려낸다. 감독은 에너지 드링크 ‘뉴라클’의 열정적인 판매원인 쉬밤마의 선택에 어떤 윤리적 잣대도 들이대지 않고, 그가 삶을 헤쳐 나가기 위해 벌이는 사투를 끈질기게 추적한다.
심사위원들은 “현시대에 걸맞은 이야기를 완성해 준 감독의 독창성과 강렬함에 찬사를 보낸다”라며 “인도의 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토대로 장면마다 끈끈하게 어우러지는 배우들의 부드러운 연기가 빛난다”고 호평했다.
지석상 수상작_ ‘바람의 향기’, ‘변모’

영화 ‘바람의 향기’, biff.kr
지석상은 장편 작품 3편 이상을 연출한 아시아와 한국 감독의 신작 경쟁 부문으로, 아시아 영화의 성장과 지원에 헌신해온 故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의 정신과 뜻을 기억하기 위해 2017년에 신설된 부문이다. 올해의 지석상의 주인공은 ‘바람의 향기’(하디 모하게흐, 이란)와 ‘변모’(욜킨 투이치에브, 우즈베키스탄)였다.

영화 ‘바람의 향기’, biff.kr
‘바람의 향기’는 이란의 외딴 시골 마을에서 하반신 장애가 있는 남자가 전신마비 상태의 아들을 간호하며 사는 이야기다. 하디 모하게흐 감독이 직접 주연을 맡아 연기했다. 심사위원들은 ‘바람의 향기’의 수상 이유로 “작품 구성 전반에 나타나는 정서적인 힘, 그리고 장면마다 감명 깊게 두드러지는 강인함과 아름다움”을 꼽았다.

영화 ‘변모’, biff.kr
또 하나의 수상작인 ‘변모’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주인공 루스탐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징집된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소련 병사로, 전장에서 아군과 적군을 선과 악으로 구분할 수 없는 참혹한 현실을 겪는다. 심사위원들은 ‘변모’에 대해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된 역사를 서구와는 다른 색다른 시각으로, 압도적인 영상미를 통해 선사하는 독창적인 작품”이라고 평했다.

영화 ‘변모’, biff.kr
비프메세나상 수상작_ ‘두 사람을 위한 식탁’, ‘축구광 자흐라’, ‘친애하는 어머니, 죽음에 대해 써보려 합니다’

영화 ‘두사람을 위한 식탁’, biff.kr
비프메세나상은 와이드 앵글 경쟁부문에 초청된 한국과 아시아 장편 다큐멘터리를 대상으로 한 경쟁부문으로, 최우수 작품을 각 1편씩 선정한다. 어느 해보다 다채로운 10편의 후보작 가운데 ‘두 사람을 위한 식탁'(김보람, 대한민국), ‘축구광 자흐라'(샤흐민 모르타헤자데·필리즈 쿠쉬델, 이란)이 수상의 영예를 얻었다. ‘친애하는 어머니, 죽음에 대해 써보려 합니다'(첸세이, 미국·중국)는 특별 언급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영화 ‘축구광 자흐라’, biff.kr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은 모녀 사이의 복잡한 애정과 갈등의 시간을 치밀하면서도 탁월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피의 연대기'(2017)에 이은 김보람 감독의 두 번째 장편으로, 섭식장애로 고통받는 딸과 딸의 병에 무력한 엄마 사이, 모녀 관계의 깊은 근원을 파고든다.
‘축구광 자흐라’는 축구에 대한 사랑과 에너지가 넘치는 주인공을 통해 이란의 여성차별적인 현실과 역사를 강렬하게 비판한다. 참고로 이란은 1981년 이후 여성의 축구장 입장을 불허하고 있다.
‘친애하는 어머니, 죽음에 대해 써보려 합니다’는 어머니와 딸 사이의 투병과 돌봄을 소재로 ‘어떻게 죽음 앞에 서야 하는가’라는 화두를 던지는 영화다. 엄마의 암 투병 소식을 뒤늦게 알게된 감독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다채로운 이미지와 안정적인 형식으로 다룬다.

영화 ‘친애하는 어머니 죽음에 대해 써보려 합니다’, biff.kr
선재상 수상작_ ‘따스한 오후’, ‘그리고 집’, ‘타인의 삶’

영화 ‘ 따스한 오후’, biff.kr
초청된 한국과 아시아 단편 중 최우수 작품을 선정하는 선재상에는 ‘따스한 오후'(란 티안, 중국), ‘그리고 집'(정은욱, 대한민국), 특별언급으로 ‘타인의 삶'(노도현, 대한민국)이 선정됐다.
’따스한 오후’는 보통의 가족 이야기 안에서 중국의 소수민족 이슈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중국어를 읽지 못하는 소수민족 아빠는 큰딸이 연애편지를 받은 게 아닐까 의심을 하고, 어쩔 수 없이 작은딸에게 편지 내용을 읽어보라고 한다.

영화 ‘그리고 집’, biff.kr
‘그리고 집’은 회사에서 잘리고 해외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려던 수진의 집에 10년째 투병 중인 아버지와 간병에 지친 어머니가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간병과 노인 문제, 가족 내 젠더 이슈 등을 과감하고, 진실성 있게 다루고 있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평이다.
‘타인의 삶’은 유명 작가에게 소재 인터뷰 요청을 받은 평범한 회사원 규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주 미니멀한 설정과 인물만으로 이야기를 힘있게 밀어붙이는 단편영화의 매력이 특히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화 ‘타인의 삶’, biff.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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