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핵폭탄 장면은 CG가 아닙니다”

카테고리 컬쳐
작성자 hookmeup
작성일 2022-12-18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신작 <오펜하이머>

“이 핵폭탄 장면은 CG가 아닙니다”

 

오펜하이머 영화 2

@Oppenheimermovie

 

<다크 나이트>, <인셉션>, <인터스텔라>, <덩케르크> 등 매 작품에서 독보적인 연출력을 선보여 온 거장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2023년 7월 21일 국내 개봉을 확정한 그의 신작 <오펜하이머>가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영화 <오펜하이머>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의 비밀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한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전기 영화다. 놀란 감독은 전작 <덩케르크>에서 전쟁 영화라면 응당 있을법한 처참한 전장 장면 하나 없이 제2차 세계대전의 참혹함을 보여준 바 있다. 같은 시대적 배경 위에서 이번에는 과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놀란 감독이 택한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누구?

오펜하이머 영화 3

@Oppenheimermovie

 

‘원자폭탄의 아버지’란 섬뜩한 별명을 가진 로버트 오펜하이머. 그는 미국 하버드대를 3년 만에 조기 졸업하고, 독일 괴팅겐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천재 이론 물리학자다. 대학 시절의 그는 강의가 마음에 안 들면 교수를 끌어내리고 자기가 대신 수업할 정도로 매우 거만했으며, 대인 관계도 원활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인 ‘맨해튼 프로젝트’에서는 뛰어난 리더십으로 무려 12만 5,000명의 과학자를 통솔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6개국의 언어능통자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가 역사상 최초 핵폭탄 실험에 성공한 날은 1945년 7월 16일이었다. 새벽 5시 29분 45초, 미국 뉴멕시코주 앨러모 고도 사막 한복판에서 거대한 불덩어리가 치솟았다. 16km 떨어진 관측소에서 이 장면을 목격한 오펜하이머는 실험의 성공에 대한 기쁨과 심한 두려움을 함께 느끼며 힌두교 경전 ‘바가바드 기타’의 한 구절을 읊었다.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됐도다.”

 

오펜하이머 영화 4

@Oppenheimermovie

 

실험 성공 이후, 1945년 5월 오펜하이머를 포함한 4명의 과학자는 일본에 핵폭탄 투하를 결정한다. 당시 과학자들이 예상했던 피해 인원은 2만 명. 그러나 실제로는 10배가 넘는 22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후 오펜하이머는 미국의 수소폭탄 개발에 강력하게 반대하며, 원자력위원회 자문위원장 의장 지위를 이용해 연구를 방해하기까지 한다. 그러다 1949년 소련이 원자폭탄과 수소폭탄 개발에 성공하게 되자, 오펜하이머는 공산주의자이자, 소련의 스파이라는 혐의를 받으며 궁지에 몰린다. 결국 1954년, 미국 원자력위원회는 오펜하이머의 보안 승인을 철회하고, 그는 1967년 62세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처량한 여생을 보낸다. 그리고 스파이라는 누명은 68년 만인 2022년 12월이 돼서야 벗겨졌다.

 

CG 사용 싫어하는 놀란 감독, 설마 진짜 핵폭탄을?

오펜하이머 영화 1

@Oppenheimermovie

놀란 감독은 CG 사용을 극도로 꺼리고, 실제 촬영과 현실주의에 근간을 둔 연출 방식을 선호하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영화 <인셉션>에서 꿈이 붕괴하며 물건들이 터져나가는 장면은 압축 공기를 이용해 실제로 물건들을 터뜨렸고, 영화 <테넷>에서는 실제 보잉 747기를 구해 격납고 폭파신을 촬영했다. <오펜하이머> 영화 제작 발표가 난 직후 SNS에서 ‘이번엔 진짜 핵무기를 터트리는 거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돈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핵무기를 터트린 것은 아니었지만, 놀란 감독은 <오펜하이머>에서 CG 없이 핵폭발을 구현했다. 한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놀란 감독은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지 않고 최초의 핵실험을 재현하는 건 매우 큰 도전이었다”며 “<오펜하이머>는 엄청나게 큰 스케일이다. 내가 찍은 작품 중 가장 어려운 작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블록버스터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다크 나이트>를 비롯해 블록버스터 흥행작을 여러 편 가진 놀란 감독의 말이라 과연 어느 정도 규모의 대작일지 더욱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오펜하이머 영화 7

@Oppenheimermovie

오펜하이머 역은 놀란 감독이 애정하는 아일랜드 배우 킬리언 머피가 맡았다. 킬리언은 <배트맨 비긴즈>에 출연한 이후 놀란 감독의 영화 4편에 연달아 출연했으며, 이번 영화가 놀란 감독과의 협업에서 첫 주연작이다. 이 외에도 게리 올드만, 맷 데이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플로렌스 퓨, 라미 말렉, 케네스 브래너 등 쟁쟁한 배우들이 참여해 역대급 캐스팅으로 전 세계 팬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