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직업의 세계] “잘하는 분야를 정하고 시작하세요”
미디어를 공부하고 있고 미래에 미디어 세계에서 활약하고 싶은 우리들.
막연하고 막막하게 하고 싶은 마음만으로 도전하는 학생들도 있고 미디어학과에서 체계적으로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들도 있을 터. 그런데 답답하기만 하다.
“내가 잘하고 있나? 뭘 더 해야 하지?”
훅미업 직업의 세계는 미디어 세계에 종사하고 계신 선배님들과 함께 우리들의 막연함을 이야기해 보고 조언을 구하는 콘텐츠다. 오늘은 그 세 번째 선배님으로 MBC플러스의 박성호 국장님을 만났다.
박성호 [현 MBC플러스미디어 사업센터 부국장(기획센터장, 제작센터장, 사업센터장 역임)]
경력
- 96년 디지털 조선일보 프로덕션팀 PD로 방송 제작 입문
- 이후 방송 외주 제작, 여행레저TV, 메디TV 제작/편성 PD로 근무
대표 작품/방송
- 독립 다큐멘터리 ‘한여름의 기록, 반포 매미’ (30분, 2001년)
- 방송 다큐멘터리- 주5일 근무제 특별기획 다큐 3부작 ‘잘 놀아야 잘산다’ (2002년)
- 방송 다큐멘터리 – 메디TV 특별 기획 다큐 ‘신의 처방, 웃음’ (2004년)
-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 (98분, 2010)
- MBC M ‘피크닉 라이브 소풍’ 프로듀서
- MBC 에브리원 ‘32강 크리에이터 토너먼트, 원픽’ 제작 중 (8월 말 방송 예정)
- MBC 에브리원 ‘찐한달살기-3도 4촌’ 및 ‘대한외국인TG-피리부는 여행사’ 제작 중 (9월 방송 예정)
기타 경력
- 다큐 웹진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 운영 (1998~)
- 유튜브 채널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 ‘스포츠 아재’, ‘드가의 매미 이야기’ 운영
- 오마이뉴스 창립 원년부터 시민기자로 활동
국장님의 PD 시절을 묻다
–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박성호입니다. 현재 MBC 드라마넷, MBC 에브리원, MBC ON, MBC M, MBC스포츠플러스 등 5개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MBC플러스에서 부국장을 맡고 있습니다.
–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세요?
저는 사업 센터에서 디지털 & 방송 콜라보레이션 콘텐츠를 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연출은 직접 하지 않지만 사전 기획 및 제작비 조달, 프로모션 등을 담당하는 크리에이터이자 프로듀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국장님도 처음에 방송국 PD로 시작하셨나요?
방송국 PD로 시작하진 않았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당시 위성방송 사업을 준비하던 회사에 준비 제작단으로 들어가서 방송 관련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에 케이블 방송사로 이동했죠. 그 후에 여러 방송국을 거치며 PD 생활을 했고, 현재 MBC plus에서 부국장을 맡고 있습니다.
– 어떤 프로그램을 맡으셨나요?
저는 교양 PD 출신이에요. 주로 정보성 교양이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맡았죠. 방송 프로그램으로는 아침 방송과 ‘도전! 지구탐험대’로 시작해서 10분짜리 데일리 프로그램이나 여행 톡톡, 의료 다큐멘터리 특집 등을 제작했어요. 방송국 일 외에도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라는 곤충 다큐멘터리 영화를 개인적으로 제작해 온라인으로 개봉하기도 했습니다. 또 최근에는 MBC M ‘피크닉 라이브 소풍’이라는 프로그램을 맡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

MBC M ‘피크닉 라이브 소풍’
PD 지망생을 위한 꿀팁 대방출
– 훅미업에도 PD가 되고 싶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는데요. PD가 정확히 무엇을 하는 직업인가요?
한국에서 PD는 두 가지로 해석되는데 크게 의미 구분 없이 쓰여 왔어요. 프로듀서(Producer)와 프로그램 디렉터(Program director). 그런데 요즘에는 프로듀서가 따로 있고, 프로그램 디렉터가 따로 있어요. 역할이 나뉜 거죠. 프로듀서는 주로 제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해 주는 역할인데, 제가 하는 일도 주로 이쪽에 해당합니다. 반면 프로그램 디렉터는 현장에서 스태프들을 움직이고 실제 슛을 들어가는 등의 역할을 맡아요. 프로듀서와 디렉터 모두 프로그램 제작의 핵심입니다. 두 직업의 업무가 다르니, 여러분도 자신이 어느 쪽에 관심이 있는지 생각해 보시길 바라요.
– 저도 최근에 PD가 종류에 따라 하는 일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됐는데요. PD에는 어떤 종류가 있고,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프로그램 끝나고 스태프 스크롤 올라가는 거 보셨죠. 그걸 보면 보통 기획, 책임 프로듀서, 프로듀서, 연출 이렇게 나뉘는데요. 이걸 기준으로 설명을 해 드리면 ‘기획’은 그 채널을 책임지는, 한마디로 총괄 책임자예요. ‘책임 프로듀서’는 그 프로젝트 전체를 관장하는 프로듀서고요. ‘프로듀서’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실제로 해당 프로그램을 관리하고 소위 말해 막 바쁘게 왔다 갔다 하는 역할이고, ‘연출’은 현장에서 감독하는 역할입니다. 총괄 책임자 밑에는 수많은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에 하나하나 세밀하게 관리하기는 어려워서, 대부분의 실질적 의사 결정은 책임 프로듀서, 프로듀서, 연출자 사이에서 이루어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 드라마, 예능, 시사 등 장르가 다양한데, PD가 되면 원하는 장르를 선택할 수 있나요?
그건 방송국이냐 제작사냐에 따라 다를 것 같은데요. 예전에 제가 PD 생활을 처음 시작하던 시절에는 방송국에 들어가면 처음부터 장르를 자유롭게 선택하긴 힘들었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표현 요소를 영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시점이 되면 입봉한다고 하는데, 그전까지는 방송국 시스템에 따라 배치받아 일해야 했어요. 먼저 여러 분야를 경험한 다음 관심 분야로 진출하는 거죠. 예컨대 시사 교양에서 일하다가 예능 PD로 입봉하는 경우도 있는 것처럼요. 그런데 요즘에는 방송사들이 예능이면 예능, 드라마면 드라마 등 장르를 지정해서 PD를 선발하는 경우가 많아지긴 했어요. 그래도 회사이기 때문에 원하는 장르만 하기는 힘들 수 있겠죠.
그런데 제작사는 다릅니다. 제작사마다 예능,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주력하는 장르가 있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제작사에 들어갔느냐에 따라 만들게 되는 프로그램의 장르가 달라지겠죠.
– PD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제가 처음 방송 시작할 때 선택지는 딱 3개였어요. 드라마 PD, 예능 PD, 교양 PD. 그런데 요즘은 장르가 엄청나 다양해졌죠. 예를 들어 음악 프로라고 하면 게임 콘텐츠를 포함하는지, 오디션 음악 프로인지, 아니면 음악만 다루는지에 따라 필요한 요소와 요구되는 능력이 달라요. 따라서 요즘에는 PD가 되려면 관심 분야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그것에 맞게 탄탄하게 준비해 둬야 경쟁력이 생깁니다. 만약 오디션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다면 여러 프로를 보면서 룰이나 진행 과정을 학습한 다음 여러분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셔야 해요. 혹은 드라마라면 스릴러, 멜로, 코미디 중 내가 어떤 걸 만들고 싶은지 잘 생각해 보시고요. PD가 돼서도 주력 분야가 확실히 있는 상태에서 그것과 관련된 커리어를 쌓아 나가야 의미있는 거거든요.
– 국장님이 생각하시는 PD의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인가요?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잘하는 PD가 되려면 한 분야에 주력하면 되는데요. 주의할 점은 그 분야’만’ 알면 안 된다는 겁니다. 즉 박학다식하게 다양한 분야를 얕게라도 알고 있어야 해요. 음악 프로그램 PD라고 해서 음악만 알면 경쟁력이 떨어져요. 예를 들어 저번에 저희가 ‘피크닉 라이브 소풍’을 녹화한 연천 전곡리 유적지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장소잖아요. PD가 역사적 지식이 어느 정도 있다면 프로그램이 더욱 풍성해지고 시청자들에게 내용이 더 잘 전달되겠죠. 다양한 분야에 지식이 있으면 기획할 때 아이디어가 눈에 더 잘 보이게 되고, 이 역량이 결국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 창의력이 없고 기획이 너무 어려운데, PD는 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죠? 포기해야 하는 걸까요?
PD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입니다. 지휘자가 연주, 작곡, 가창을 다 잘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각각의 요소들을 잘 조합하는 능력이 중요한 거죠. 마찬가지로 무언가를 기획할 때 창의성이 분명 도움은 되겠지만, PD가 반드시 창의적이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프로그램 제작은 원래 여러 분야의 스태프가 모여서 콘텐츠를 만들어 내 집단 작업입니다. 그런데 요새 방송을 보면 역할은 점점 더 세분되고 있고, 프로그램 제작은 과거보다 훨씬 더 집단 창작의 성격이 강해지고 있어요. 그렇다면 작가나 촬영 감독 등 스태프의 역량으로 부족한 창의성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러려면 프로그램을 많이 보고, 또 느껴야 해요. 이를 통해 훌륭한 스태프를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PD로서 정말 중요하다고 봐요.
– 어떤 스태프를 어디에 배치할지 떠올리는 것도 창의성이 필요하지 않나요?
말씀하신 내용은 창의성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것 같아요. 그건 갑자기 번뜩이며 떠오르는 게 아니거든요. 나랑 코드가 맞는 스태프를 찾고 이들의 능력을 분석해 데이터를 쌓은 다음, 나에게 과업이 떨어졌을 때 적절한 스태프를 구성하면 되는 거죠. 창의성이라기보다는 다년간의 경험과 노력을 통해 기를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 PD와 적합한 성격이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고집에는 ‘이성적인 고집’과 ‘감정적인 고집’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성적인 고집은 PD가 되기 위해 필요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지키고 그 목표로 끌고 나가려는 고집이죠. 반면 감정적인 고집은 독이에요. 소위 말해 ‘똥고집’이라고나 할까요.(웃음) 우리가 흔히 아는, 남의 말이나 조언을 무시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죠. 두 고집은 분명히 다릅니다. 남의 조언을 잘 듣되, 그것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나갈 수 있어야 훌륭한 PD가 될 수 있습니다.
– 그럼 소심해도 괜찮나요?
물론 정말 너무 소심해서 스태프들과 융화될 수 없을 정도라면 분명히 작업에 어려움이 있기야 하겠죠. 그런데 그 정도가 아니라면 일을 하며 성격이 바뀌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프로그램을 만들고 여러 경험을 하다 보니 아까 말씀드린 PD에 적합한 성격으로 바뀌더라고요. 물론 스스로 노력하고 이 일에 애정도 있어야 하겠지만요.
– 국장님은 언제 PD로서 보람을 느끼시나요?
내가 결정하고 주도해서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는 것. 그것이 저에게 가장 큰 보람이고 자부심을 줍니다. 마치 그 결과물이 산고 끝에 내놓은 자식인 것처럼 말이죠. 프로그램이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면 물론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건 둘째치더라도 나의 프로그램을 사회에 내놓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굉장한 보람을 느낍니다.
– PD가 되고 싶은 대학생들에게 이것만큼은 꼭 열심히 하면 나중에 큰 도움이 된다 싶은 게 있을까요?
요즘은 핸드폰 하나로 누구나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시대잖아요. 대학생이라면 본인 스스로 콘텐츠를 많이 제작해 봤으면 좋겠어요. 정말 사소한 것이라도 좋아요. 예능이면 예능, 음악이면 음악, 만들어 보는 겁니다. 그리고 그다음, 꼭 퍼블리싱을 하세요. 유튜브에라도 올려보는 거죠. 혼자 만들어 보고 마는 게 아니라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반드시 봐야 합니다. 여기서 피드백을 얻고 성장할 수 있거든요. 저 역시도 지금 일을 하고 있지만, 동시에 개인 유튜브 채널 여러 개를 열심히 운영하면서 많이 배우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 ‘드가의 매미 이야기’ / ‘스포츠아재’
– 마지막으로 선배님의 입장에서 PD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PD라는 직업 하나에만 매몰되지 않았으면 해요. “난 PD 아니면 안 돼”라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영상 제작과 관련된 직종의 가능성을 넓게 열어 두는 게 좋아요. 작가로 시작해서 PD를 하거나, 촬영으로 시작해서 연출을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렇게 되면 전문 분야를 가진 PD가 되는 건데, 이것이 오히려 엄청난 장점이 되기도 해요. PD라는 직업이 막연할 때가 있죠? 그럴 때는 우선 영상 제작에서 본인의 관심 분야를 먼저 고민해 보세요. 이야기 쓰는 게 흥미롭거나, 촬영하는 게 재밌다면 바로 그것부터 시작해 보는 거예요. 최종 목표를 PD로 설정하면 되니까요. 여러분들의 꿈을 응원합니다!
박성호 부국장님과의 인터뷰를 마쳤다.
현직자에게 듣는 PD의 구체적 종류와 장르, 그리고 PD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역량.
여기에 더해 PD와 적합한 성격까지 시원하게 짚어주셨다. 어느 곳에서 이렇게까지 알려준단 말인가?
훅미업이니 가능한 일들이다.
PD 지망생들에게 아낌없는 꿀팁들을 전수하고 떠나시는 국장님의 뒷모습은 그저 눈부셨다.
오늘 국장님의 말씀이 여러분들의 미래를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다음에 더 유익한 콘텐츠로 돌아오겠다!
사진 인사이트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