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PD 지수현, MZ세대 대학생에게 던진 메시지는?

작성자 hookmeup
작성일 2023-01-20

[미디어 직업의 세계]MZ 크루 셋, PD 지수현을 만나다

 

[미디어 직업의 세계]는 훅미업 MZ세대 크루 셋이 연예·미디어 분야에 몸담고 있는 현직자의 인터뷰를 담는 코너다. 사회적으로 비치는 모습과 실제는 얼마나 같고 또 얼마나 다를까. 우리 주변 다양하고 낯선 직업에 대해 한 발짝 다가가 보자.

첫 인터뷰이로 지수현 예능PD를 만났다. ‘고딩엄빠’의 연출자로도 유명한 그는 현재 ‘고딩엄빠’ 시즌3 방영에 매진하고 있다. 과연 지수현 PD가 ‘고딩엄빠’를 비롯한 예능 속에서 말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PD로 활동한 지 20년이 훌쩍 넘은 그가 평소 예능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은 어떠할까. 이번 인터뷰를 통해 예능PD, 더 나아가 전반적인 PD라는 직업을 들여다보자.

 

 

1. 지수현, 그를 이야기하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지수현입니다. PD로 일한 지는 20년이 넘었고 현재 외주 제작사 소속입니다. 지금까지 ‘조선판스타’, ‘끝까지 간다’ 등의 프로그램을 했고, 최근엔 ‘고딩엄빠’를 연출하고 있어요. 여러분들 대학생이시죠? 저는 92학번입니다. (웃음)

 

② 최근 연출하고 있는 ‘고딩엄빠’는 어떤 프로그램이에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엄마, 아빠가 된 고등학생들의 이야기예요. 사회에서 반기는 주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회적 금기로 치부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10대에 임신하여 아기를 낳는 친구들이 되게 많은 것이 현실이더라고요. 그들의 임신, 출산, 육아와 같은 삶을 담은 프로그램입니다.

 

③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을 제작하셨어요.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으셨나요?

사실 처음에는 이 프로그램을 해도 될지, 편성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이 됐어요. 그런데 한편으론 편견을 깨보고 싶더라고요. 부모의 나이를 떠나서 일단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 거잖아요. 이 상황을 그저 비판만 하거나 묻어만 둔다고 나아질 건 없겠더라고요. 게다가 이들은 그래도 책임감 있게 아이를 키워내려고 마음을 먹은 거고요. 그런데 미성년자가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는 것이 현실이에요. 이들의 상황을 진심으로 공감해주고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2. 예능PD를 이야기하다

 

④ 그런 이야기를 예능에서 하신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다큐멘터리나 시사 프로그램에서 이 주제에 대해 다뤘다면 ‘심각한 문제’로만 다뤄졌겠죠. 근데 예능은 시청자가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다는 거예요. 그게 예능의 장점이에요.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예능으로 유쾌하게 풀어냄으로써 사람들이 이 주제에 쉽게 접근하기를 바랐어요.

 

⑤ 드라마, 예능, 라디오, 시사 교양 등 PD 장르가 참 다양하잖아요. 그 중 예능PD에 대해 알려주세요.

PD는 어떤 장르든지 간에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일을 해요. 수많은 사람과 협업하여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 그 모든 과정을 총괄하죠. 예능PD는 예능 프로그램을 주로 만드는 PD인 거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흔히 PD의 장르를 구분하곤 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그럴 필요가 없다고 봐요. 다큐를 만들어온 PD가 예능을 만드는 경우도 있거든요. 어떤 장르를 맡고 있다는 것보다 PD에게 더 중요한 것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해요. 본인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이요. 저는 예능PD로서 예능의 형식을 빌려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고요. ‘고딩엄빠’를 비롯한 여러 시도들이 쌓여 장르의 경계가 점점 옅어지고 있이 아닐까 싶네요.

 

⑥ 그렇다면 PD님이 생각하시기에 예능은 어때야 하나요?

결국 예능은 ‘대리만족’과 ‘힐링’을 줘야 해요. 내가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대리 만족을 줄 수 있어야 하고, 힐링하듯 편안하게 볼 수 있어야 하는 거죠. 이와 더불어 예능은 이야깃거리를 던져 줘야 해요. ‘고딩엄빠’가 아니었으면 사람들이 평소에 10대의 임신과 출산에 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잘 없잖아요. 전문가에게 올바른 성교육을 받을 일도 잘 없고요. 이처럼,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쉽게 꺼내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유쾌하게 던져주는 것도 예능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⑦ 예능PD가 장난 아니게 바쁜 직업이라는 얘기가 많아요. 실제로 그런가요?

어떤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지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연차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고요. 우리 ‘고딩엄빠’의 조연출 분들은 거의 집에 못 가는 정도죠. 마감해야 할 업무가 남아 있으니 새벽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동시에 여러 프로그램을 맡다 보면 주말에도 쉬지 못할 때도 많습니다. 또, 명절 같은 연휴엔 특집을 만들어야 해서 더 바쁜 시기죠. 바쁘고 늦게까지 일하는 일상을 견딜 자신이 없다면 예능PD가 만만치 않을 거예요.

 

⑧ 예능PD로서 또 다른 어려운 점이 있으신가요?

흔히 예능PD라고 하면 연예인 많이 만나고, 재밌는 일만 하는 직업으로 비춰지죠. 하지만 예능PD도 결국은 직업이에요. 일을 하면서 누구나 겪는 업무 스트레스를 PD도 똑같이 겪는 거죠. 또 어려움이라고 하면 비용 문제가 있겠네요. 예능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하면서 아무래도 제작비 때문에 어려움을 많이 겪거든요. 이건 너무 현실적인가요? (웃음)

 

⑨ 그럼에도 예능PD를 계속 하시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예능PD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바로, 예능PD가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이라는 거예요. 그러니 지루할 틈이 없죠. 새로운 사람과 함께 하는 새로운 경험은 매번 정말 값진 것 같아요. 그들과 힘을 합쳐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물론 쉽지는 않지만, 저는 너무 재밌어요.
또, 예능에서는 연예인들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되게 멋지고 카리스마 있는 역할을 했던 배우가 예능에서 몸 개그를 하며 망가지기도 하고, 때로는 정말 아이처럼 펑펑 우는 MC도 있더라고요. 예능이 아니었다면 방송에서 연예인의 이런 꾸밈없고 진솔한 모습을 보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3. 더 나아가, PD를 이야기하다

 

⑩ PD를 꿈꾸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방송 업계에서 일하신 부모님의 영향이 있었어요. 그래서 학창 시절부터 막연하게 영화감독을 꿈꿨습니다.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 방송 일을 우선 시작했는데,  지금 PD 일을 20년 넘게 하면서 살아오고 있어요. 이쯤 되면 제가 감히 정의 내릴 수 없는 PD의 매력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요? (웃음)

 

⑪ 저희 주변에도 PD를 꿈꾸는 대학생이 많아요. 어떤 성향의 사람들에게 이 일을 추천하세요?

가장 중요한 건 사회성이에요. 프로그램 제작은 어떤 단계에서도 혼자 할 수 있는 건 없거든요. 아무리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나오더라도, 동료들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가야 해요. 때문에 소극적이고 개인주의 성향의 사람들에게는 PD라는 직업이 안 맞을 수 있어요. 적극적이고 사회성이 뛰어난 성향의 사람들에게 추천합니다.

 

⑫ 이 글을 대학생들이 많이 읽게 될텐데요. “대학생 때 이건 무조건 해봐라!” 하는 일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무엇이든 생각만 하지 말고 실천해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일단 만들어보세요. 책으로만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직접 해보는 게 엄청 중요해요.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면 그걸로 기획을 하든, 영상으로 제작해 보든, 최대한 구체화해 보세요. 요새는 유튜브처럼 좋은 플랫폼이 많잖아요. 누구나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거예요. 이러한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보면서 무엇이든 해보려는 의지가 대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⑬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으신가요?

몇 년 동안 기획해온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어요. 지금은 트로트가 붐이지만, 결국 아이돌 프로그램도 다시 주류로 올라오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고요. 조금 더 넓게 보자면, 앞으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장르를 구분짓지 않는 사고가 필요할 것 같아요. 예능은 이제 멜로, 액션, 드라마, 다큐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고 있잖아요. 장르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은 채 그 프로그램에서 주게 되는 ‘메시지’에 보다 집중하는 예능을 만들고 싶어요. 메시지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깊게 고민해봐야겠죠.

 

 

 

장르의 경계에 얽매이기보단, 프로그램이 담고 있는 메시지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한 지수현 예능PD.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예능을 다루는 PD의 모습과 일상을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쉽지는 않지만 예능PD라는 일이 참 재밌습니다.”라는 지수현 PD의 답변처럼, PD에 대한 열정과 도전 의식이 있는 학생이라면 한번 뛰어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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